채널 씨모어의 TJ가 한 달쯤 이어 갈 금융 투자 데이터 연작의 첫 회차다. 회사 하나를 파기 전에 산업 전체의 밸류체인을 깔고, 그중 어느 자리를 앞으로 볼지 고른다. 이 글은 그 지도에서 무엇이 보이는지, 그리고 진행자가 지도를 세 무리로 줄이며 남긴 가운데 자리가 왜 따로 볼 만한지를 읽는다.
진행자는 이 산업을 보는 이유를 투자자가 매일 쓰는 금융 회사에서 찾는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거래를 중개하거나, 자기 자본으로 투자하거나, 금융 상품을 팔아 돈을 번다. 중개든 상품 판매든 밑바닥에는 어디선가 생성되는 데이터가 있다. 거래 내역, 주가 같은 금융 상품 가격, 나스닥·코스닥 같은 지수, 기업 재무 정보가 그 데이터다. 투자자가 아는 데이터도 있지만 모르는 데이터도 아주 많고, 진행자는 이를 「우리가 모르는 앞단에 무언가가 있다」고 표현한다.
예로 든 회사가 로빈후드다. 기존 증권사가 주식 거래에 수수료를 물리는 데 불만을 제기하며 생긴 회사이고, 수수료를 받지 않아 짧은 기간에 사용자를 많이 끌어들였다. 그래도 회사를 굴리려면 돈을 벌어야 하고, 그 방법이 금융 투자 데이터를 활용한 PFOF라는 수익 모델이라고 진행자는 소개한다. 설명은 일부러 짧게 했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늘 맞아떨어지지는 않고, 어긋나는 시간은 1초나 1분이 아니라 100분의 1초 단위인데, 로빈후드는 이 찰나를 활용해 돈을 번다고 한다. 자세한 설명은 1년쯤 전, 로빈후드 주가가 20달러쯤일 때 올린 영상으로 미뤘다.
두 번째 사례는 개인 신용 대출을 중심으로 하는 은행형 핀테크다. 이 회사들도 전통 은행이 쓰는 금융 데이터의 문제점을 파고들어 자기 영역을 만들었다고 진행자는 본다.
두 사례를 나란히 놓으면 공통점이 보인다. 로빈후드는 고객이 내던 수수료를 없앴고, 대출 핀테크는 은행 심사에 쓰이던 데이터의 빈틈을 노렸다. 둘 다 고객이 화면에서 보는 거래 바깥, 그 뒤에 깔린 데이터에서 매출을 찾았다. 고객이 내는 수수료가 없어져도 회사 매출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그 앞단에 있다. 진행자가 이 산업을 알아 두면 금융이나 핀테크에 투자할 회사를 고를 때 도움이 된다고 말한 것도 이 연결 때문으로 읽힌다. 덧붙여 이 산업에 배당 귀족주와 배당 황제주(오랜 기간 배당을 해마다 늘려 온 종목)가 상당히 있다고 했다.
다섯 칸 가운데 익숙한 칸은 둘
진행자는 새 산업을 볼 때마다 밸류체인부터 본다며 이번에도 거기서 시작한다. 데이터가 지나는 순서는 다섯 칸이다. ① 데이터를 생성하고 수집한다 ② 수집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한다 ③ 쓸 수 있도록 표준화하고 가공한다 ④ 가공한 데이터를 분석해 인사이트와 정보를 내놓는다 ⑤ 그 정보로 의사 결정을 내리거나 내리도록 돕는다.
이 가운데 투자자에게 익숙한 칸은 둘이다. 생성·수집 칸의 대표는 거래소다. 주식·선물·채권을 사고팔 때 찾는 거래소가 데이터를 만들고 모으는 회사다. 분석·정보 칸도 익숙하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 채권을 살 때 보는 신용 등급, ETF를 살 때 확인하는 벤치마크와 지수가 모두 여기서 나온다. 나머지 칸은 전혀 모르거나 낯선 영역이라고 진행자는 말한다.
생성·수집과 저장·처리 칸에는 주식·채권·ETF·선물·옵션·외환의 호가 자료, 공시와 재무제표, 기업과 증시 뉴스가 쌓인다. 이 데이터를 모아 저장하고 쓰기 편하게 분류하는 회사로 진행자는 아마존 웹서비스, 데이터브릭스, 스노우플레이크를 들고, 데이터 클라우드나 데이터센터 산업을 볼 때 자주 만난 회사들이라고 짚는다. 데이터를 생성하는 거래소도 이 칸에 함께 놓인다.
이 배치에서 눈에 띄는 것은 투자자가 아는 두 칸 사이에 낯선 칸이 끼어 있다는 점이다. 거래소에서 나온 호가가 애널리스트 보고서나 지수가 되려면 저장·처리와 표준화를 거쳐야 한다. 투자자는 원재료와 완성품만 보고, 그 사이 공정을 맡은 회사는 이름도 잘 모른다. 진행자가 「앞단」이라 부른 자리의 상당 부분이 이 가운데 공정으로 읽힌다.
같은 애플, 다른 이름
진행자가 가장 공들여 설명한 낯선 칸은 표준화·가공이다. 거래소는 한국에도 미국에도, 웬만한 나라에 다 있다. 나라마다 언어와 화폐 단위와 시간대가 다르고 데이터를 분류하는 기준도 다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데이터를 한 가지 형태로 맞추는 회사들이 이 칸에 있다.
진행자가 든 예는 종목 번호다. 나스닥에서 애플은 티커 AAPL로 거래되지만 국제 증권 식별 번호로는 US0378331005다. 삼성전자도 국내에서는 이름으로 거래되지만 KR로 시작하는 국제 증권 식별 번호가 따로 있다. 데이터가 어느 기준으로 생성될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그래서 표준화 회사가 두 번호가 같은 애플임을 알아보고 애플이라는 한 범주 아래에 태깅(꼬리표 달기)한다. 뉴스도 같다. 기사가 엄청나게 많아서 애플 기사를 애플 아래 달아 두지 않으면 나중에 찾지 못한다.
세 번째 일은 규칙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다. 회계 기준과 세법은 나라마다 산업마다 다르고 자꾸 바뀐다. 이 차이와 변화를 그때그때 확인해 누구나 알아볼 수 있게 맞춰 주는 일도 이 칸의 회사들이 한다. 진행자가 이 칸에서 든 이름은 팩트셋, 진행자가 시카고 선물거래소 운영사로 소개한 ICE, S&P, 블룸버그다.
세 일을 겹쳐 보면 이 칸의 일감이 어디서 생기는지 보인다. 거래소와 상품과 기사가 늘면 맞춰야 할 짝이 는다. 회계 기준이나 세법이 바뀌면 바뀐 기준에 맞춰 다시 정리해야 한다. 한 번 만들어 팔고 끝나는 물건과 달리, 시장이 복잡해지는 만큼 일이 다시 생기는 구조다. 진행자가 이 산업에 배당 귀족주가 많다고 한 대목과 나란히 놓고 볼 만하다. 다만 진행자는 둘을 직접 잇지 않았다.
한 회사가 여러 칸에 나온다
분석·정보 칸은 회사가 아주 많은 칸이어서 진행자가 셋으로 다시 나눈다. ① 데이터 분석·모델링이다. 팔란티어, 지수를 만드는 MSCI,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여기 있고, 통계를 내거나 AI를 학습시키거나 시나리오 플래닝을 하거나 과거 데이터로 전략과 성과와 리스크를 검증하는 회사들이 모인다. 마지막 갈래의 대표가 퀀트다. ② 리서치·인사이트다. 투자 리서치 페이퍼, 인사이트 요약, 시장 트렌드, 기업 평가 비교 자료를 만드는 회사와 S&P·무디스·피치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여기 든다. ③ 인덱스·벤치마크다. S&P 500, 러셀 2000, MSCI 선진국 지수 같은 지표를 만드는 회사들이다.
의사 결정 칸은 요즘 AI 때문에 테크 회사가 많다. C3.ai, 팔란티어, 오라클, IBM, 세일즈포스가 그렇다. 테크 회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거의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알라딘이라는 의사 결정 AI를 자체 개발해 이 영역으로 넓혀 오고 있다.
이름을 칸별로 적어 내려가면 같은 이름이 되풀이된다. S&P는 표준화 칸, 신용평가, 지수에 세 번 나온다. MSCI는 분석·모델링과 지수에, 무디스는 분석·모델링과 신용평가에, 팔란티어는 분석·모델링과 의사 결정에 나온다. 공정을 칸으로 나눈 지도에서는 이 회사들이 흩어져 보이지만, 회사를 기준으로 보면 데이터를 맞추고, 평가하고, 지수로 만드는 일이 한 회사 안에서 함께 이뤄진다.
블랙록은 반대 방향에서 들어온 회사다. 이 지도에서 자산운용사는 맨 끝, 정보를 받아 투자를 결정하는 자리에 서는 회사다. 그 회사가 결정을 돕는 도구를 직접 만들어 공급하는 칸으로 넓혀 왔다. 데이터를 쓰던 회사가 공급자 칸으로 옮겨 오는 길도 있다는 뜻이다.
세 무리로 줄이면 가운데만 남는다
진행자는 다섯 칸을 회사 기준으로 다시 묶는다. ① 데이터 인프라, 곧 데이터를 저장하고 유통하는 회사 ② 금융 데이터를 생성하고 분석하고 평가 자료를 내놓는 회사 ③ AI로 의사 결정이나 시뮬레이션을 지원하는 회사. ①은 스노우플레이크, 데이터브릭스, 아마존, MS, 구글이 있는 데이터 클라우드·데이터베이스 산업을 분석할 때 보면 된다고 했다. ③은 팔란티어와 C3.ai가 모두 에이전틱 AI(사람 지시 없이 여러 단계 작업을 이어 하는 AI) 회사이니 그 산업을 분석할 때 보면 된다고 했다.
남은 ②가 이 연작에서 살펴볼 자리다. 진행자는 FDMI(파이낸셜 데이터 앤 마켓 인프라스트럭처)라는 그룹이 있고, 거기 속한 여덟 회사가 이 자리를 대표한다고 소개한다. 다음 회차부터는 이 자리가 최근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어떤 사업자가 있는지, 투자할 만한 회사가 어디인지를 다룬다고 예고했다.
이 정리는 공정 대신 회사로 나눈 것이어서 4절에서 본 되풀이를 풀어 준다. S&P·MSCI·무디스처럼 표준화와 평가와 지수 칸에 함께 나온 회사들이 ②로 모인다. 양 끝을 다른 산업 분석으로 넘긴 이유도 이렇게 읽힌다. 클라우드 회사에게 금융 데이터는 여러 고객 가운데 하나이고, 에이전틱 AI 회사에게 금융은 여러 적용처 가운데 하나다. 금융 데이터만으로 매출을 내는 회사는 가운데 무리에 남는다.
진행자가 이 자리를 고르며 내세운 근거는 둘이다. ① 많은 사람이 모르는 영역이니 공부한 사람만 투자할 수 있다는 기대 ② 앞서 말한 배당 귀족주·황제주. 둘 다 사업 구조에서 나온 근거는 아니다. 3절에서 본 표준화 일감의 성격이 이 자리의 매출을 실제로 받쳐 주는지는 다음 회차들이 숫자로 보여 줘야 할 부분이다.
빠진 것이 넷이다. ① 숫자가 없다. 산업 규모, 칸별 매출이나 이익률, 배당 귀족주가 몇 곳인지 나오지 않는다. ② FDMI 여덟 회사의 이름을 말로 읽지 않았다. 진행자는 「여기 보시면」이라며 화면을 가리키지만 전사에는 이름이 없다. ③ 로빈후드의 PFOF를 설명하면서 그 찰나에 누가 누구에게 돈을 내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진행자 스스로 깊이 들어가면 너무 어렵다며 줄였다. ④ 블랙록 알라딘이 세 무리 가운데 어디에 드는지 정하지 않았다.
판단을 흔들 수 있는 것은 둘로 추릴 수 있다. ① 의사 결정 칸의 회사들이 가운데 무리의 일을 직접 하기 시작하는지. 블랙록처럼 데이터를 쓰던 회사가 도구를 만들어 공급할 수 있다면, 표준화나 평가 자료도 직접 만들 수 있다. 그러면 가운데 무리가 양 끝과 따로 선다는 진행자의 나눔이 흔들린다. ② 표준화 칸의 일이 범용 AI로 싸지는지. 이 회차가 든 표준화 일은 번호 짝짓기와 기사 꼬리표 달기, 바뀐 회계 기준 반영이다. 이 일을 에이전틱 AI 회사가 싸게 해 주면 ② 무리와 ③ 무리의 경계가 흐려진다.
다음 회차부터는 가운데 자리의 사업자를 한 곳씩 다룬다. 이번 회차가 칸으로 그린 지도가 회사 하나의 매출 구성에서도 그대로 보이는지가 이 연작의 첫 시험이다.
채널 씨모어의 TJ가 금융 데이터 시리즈 두 번째 회차에서 지난주에 고른 영역으로 들어간다. 지난 회차는 데이터가 생성·수집되고 저장·처리되고 표준화·가공된 뒤 분석과 의사 결정에 쓰이는 흐름을 그렸고, 이를 데이터 인프라, 금융 데이터를 만들고 분석·평가하는 회사, AI 의사 결정 회사 셋으로 줄여 가운데를 보겠다고 했다. 이번 회차는 그 가운데 영역을 두 달 넘게 리서치해 얻은 흐름 넷을 내놓고 투자 후보를 두 곳으로 줄인다. 이 글은 네 흐름이 서로 어떻게 맞물리는지, 그리고 마지막 거름망이 그 흐름을 얼마나 따랐는지를 읽는다.
가운데 자리가 양쪽에서 눌린다
진행자가 첫째로 꼽은 흐름은 데이터 독점력이다. 금융 데이터 산업에서는 오랫동안 흩어진 원천 데이터(가공되지 않은 로 데이터)를 모아 표준화하고 정리해 고객에게 넘기는 회사가 각광받았다. 진행자는 팩트셋과 블룸버그를 대표로 들고 이들의 위상이 애매해지고 있다고 본다. 데이터만 손에 넣으면 AI가 표준화와 정리를 대신해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어서다.
압박은 두 방향에서 온다. ① 금융 데이터 산업 밖의 업체가 AI를 들고 표준화 일에 들어온다. ② 호가와 거래량을 만들어 내는 거래소 운영사 같은 원천 데이터 생산자가 AI를 직접 개발해 자기 데이터를 스스로 표준화한다. 위에서는 데이터를 만든 회사가, 옆에서는 새로 들어온 회사가 같은 중간 자리를 노린다. 그래서 이제는 데이터를 가진 회사가 훨씬 중요해졌다고 진행자는 정리한다.
지난 회차의 그림에 겹치면 이 흐름이 어디까지 닿는지 보인다. 지난주 진행자는 표준화·가공 자리의 대표로 팩트셋, ICE, S&P, 블룸버그를 들었다. 이번 회차가 위협받는다고 한 중간 자리에 나중에 고른 두 회사의 이름도 함께 있었던 셈이다. 다만 진행자는 지난주에 ICE를 시카고 선물거래소를 운영하는 회사로 소개했다. 거래소를 운영한다면 ICE는 중간 자리에 있으면서 원천 데이터도 만드는 회사가 된다. 이 회차는 그 점을 따로 따지지 않는다.
진행자는 이것이 금융 데이터만의 일이 아니라며 예전에 다룬 플래닛랩스를 꺼낸다. 영상을 올린 뒤 주가가 크게 올랐는데, 각광받는 이유는 위성 사진 데이터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 데이터를 가지려면 인공위성을 띄워야 하고 그건 아무나 할 수 없다. 원천 데이터가 귀한 까닭을 만드는 설비를 아무나 갖출 수 없다는 데서 찾은 셈이다.
둘째 흐름은 구조적 리스크다. 이 산업은 블룸버그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이 가진 리피니티브 같은 대형 터미널(전용 단말로 시세와 자료를 받아 보는 서비스) 업체가 장악해 왔다. 이들은 전 세계에서 생기는 금융 데이터를 모아 정리하고 표준화해 판다.
문제는 고객이다. 이런 데이터를 돈 주고 사는 곳은 개인 투자자가 아니고 자산운용사나 큰 자본을 굴리는 헤지펀드다. 자산 규모가 커야 이 데이터가 필요하니 살 곳이 한정돼 있고, 기존 대형 업체가 이미 그 고객에게 다 팔고 있다. 중소 업체가 가격이나 편의성으로 들어와도 고객을 뚫기 어렵다. 기존 업체도 새 고객을 찾기 어려워 기존 고객에게 더 비싼 상품을 추가로 판다. 진행자는 시장이 포화돼 성장성이 둔화된 상태로 본다.
이 흐름은 뒤의 두 흐름과 이어서 읽어야 무게가 드러난다. 고객이 몇 안 되는 큰 기관이라는 사실은 공급하는 회사에 두 가지를 뜻한다. ① 새 경쟁자가 들어오기 어렵다. ② 그 몇 안 되는 고객이 마음을 바꾸면 매출이 한꺼번에 빠진다. 진행자는 이 대목에서 ①만 말했다. 4절에서 다룰 운용사의 대응은 ②가 실제로 벌어지는 모습이다.
ETF 한 주가 지수 사용료가 되는 길
셋째 흐름은 패시브 펀드의 급성장이다. 액티브 펀드는 펀드 매니저가 종목을 수시로 넣고 빼며 수익률을 끌어올리려 한다. 패시브 펀드는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서, 지수 개발사가 분기나 1년마다 비중을 고치면 그대로 맞추기만 한다. SPY, VOO, SCHD 같은 상품이 대표적이다.
데이터를 사는 것은 액티브 매니저다. 진행자는 골드만삭스가 「바이 코리아」라는 액티브 펀드를 낸다면 그 매니저는 한국 증권사의 리서치 페이퍼를 계속 사 볼 것이라는 가정을 든다. 그런데 2015년에는 액티브 펀드가 전체 펀드 시장의 70%였고 지금은 패시브 펀드가 55%다. 액티브 비중이 줄어드는 만큼 데이터 판매량도 준다고 진행자는 본다. 개인도 같다. 진행자 자신도 예전에는 리서치 페이퍼를 샀지만 지금은 ChatGPT나 Gemini로 원하는 자료를 얻어 더 사지 않는다고 한다.
진행자는 이 흐름과 넷째 흐름을 따로 말했지만, 이어 붙이면 패시브로 옮겨 간 돈이 어디로 가는지 보인다. 투자자가 SPY를 사면 SPY를 낸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운용 자산이 늘고,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S&P 500을 만든 스탠더드앤드푸어스에 로열티를 낸다. 지수 개발사는 매년 운용 자산의 0.02%에서 0.05%를 청구한다. 액티브 매니저가 리서치를 사던 지출이 줄어드는 동안 패시브 상품의 운용 자산에 붙는 지수 사용료는 커진다. 같은 패시브 전환이 리서치·데이터를 파는 회사와 지수를 만드는 회사에 반대로 작용한다.
로열티가 커지는 길은 둘이다. ① ETF를 사는 사람이 늘어난다. ② ETF 가격이 오른다. 어느 쪽이든 운용 자산이 커지고 로열티가 함께 커진다. 지수 개발사는 상품을 홍보하지도 팔지도 않는데 운용 자산이 불어나는 만큼 매년 받는 돈이 는다. ETF로 돈을 버는 것은 상품을 낸 운용사보다 S&P나 MSCI 같은 지수 개발사라고 진행자가 말한 이유가 여기 있다.
로열티에 대한 두 대응
로열티 구조가 지수 개발사에 좋은 만큼 운용사에는 부담이다. ETF 규모가 커질수록 운용사는 수수료 압박을 받는다. 진행자는 운용사의 속마음을 이렇게 옮긴다. 홍보와 마케팅에 돈을 들여 파는 것은 우리인데 돈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다 가져간다.
대응은 운용사 크기에 따라 나뉜다. ① 뱅가드나 블랙록 같은 큰 회사는 지수를 직접 만든다. 진행자는 이들의 생각을 「직접 만들자, 내용을 보니 별것도 없더라」로 옮긴다. ② 규모가 작은 운용사는 여러 지수 개발사의 지수를 견준다. 지수가 비슷비슷하니 올해는 S&P 지수를 쓰고 내년에는 MSCI 지수를 쓰는 식으로 싼 곳으로 옮겨 탄다.
두 대응은 지수 사용료를 다른 방식으로 깎는다. 큰 운용사가 지수를 직접 만들면 그 상품에서는 로열티가 아예 나가지 않는다. 작은 운용사가 해마다 갈아타면 지수 개발사끼리 사용료로 다투게 된다. 3절에서 지수 개발사에 유리해 보였던 운용 자산 비례 구조는 운용 자산이 커질수록 운용사가 빠져나갈 이유도 함께 키운다. 해마다 내는 로열티가 커질수록 지수를 직접 만드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기 때문이다.
2절의 고객 집중도 여기서 반대 방향으로 드러난다. 데이터를 사는 곳이 몇 안 되는 큰 기관이었듯, 진행자가 예로 든 S&P 500 ETF 셋도 스테이트 스트리트, 블랙록, 뱅가드가 냈다. 그중 큰 회사들이 사용료를 내는 대신 지수를 직접 만들기 시작하면 지수 개발사가 잃는 고객은 가장 큰 고객이다.
세 거름망과 남은 두 곳
진행자는 이야기하다 보니 투자 매력이 떨어져 보인다고 스스로 인정한다. 그래도 이 산업을 보는 이유는 둘이다. ① 경기 방어주이자 배당 성장주가 몇 있어 적당한 가격에 잘 고르면 10년, 20년 효자 상품이 될 수 있다. ② 산업 안 회사 대부분이 크게 조정받았다가 반등하는 중이라 일부는 지금이 좋은 타이밍으로 보인다. 그리고 「제가 봤을 때」라는 단서를 달아 투자할 만한 회사로 S&P 글로벌과 ICE 두 곳 정도를 꼽는다.
뺀 이유를 모으면 거름망은 셋이다. ① 한 사업 의존도. 무디스는 신용평가로 유명한데 의존도가 너무 높고, MSCI는 지수 부문 매출 비중이 60%이며, 나스닥과 CME는 트레이딩 의존도가 높아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 ② 상장 여부. 블룸버그와 다우존스는 비상장이고 런던증권거래소그룹은 미국 상장사가 아니다. ③ 수요 감소. 모닝스타는 리서치 페이퍼를 만드는데 그 수요가 줄고 있고 팩트셋도 마찬가지다.
셋 가운데 네 흐름에서 바로 나온 것은 ③뿐이다. 3절의 패시브 전환과 개인의 리서치 구매 감소가 모닝스타를 지웠고, 1절에서 위상이 애매해졌다고 한 팩트셋도 여기서 빠졌다. ①은 이 회차의 흐름과 상관없이 어느 산업에나 쓸 수 있는 기준이다. ②는 회사의 사업보다 주식을 어디서 살 수 있느냐를 본 기준이다.
①이 흐름과 닿는 자리가 하나 있다. MSCI를 뺀 근거는 지수 부문 매출 비중 60%인데, 4절에서 운용사들이 직접 만들거나 싼 곳으로 옮겨 탄다고 한 바로 그 지수 사업이다. 진행자가 둘을 잇지는 않았지만 결과로는 지수 사용료 압박에 가장 크게 드러난 회사를 지운 셈이다. 같은 잣대라면 남은 S&P 글로벌도 따져야 한다. 이 회차에서 S&P라는 이름은 S&P 500으로 로열티를 받는 지수 개발사로, 작은 운용사가 MSCI와 견줘 갈아타는 지수 공급자로 나온다. S&P 글로벌의 매출에서 지수 사업이 얼마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빠진 것이 셋이다. ① 남긴 두 회사를 왜 남겼는지가 없다. 나머지 회사를 뺀 이유는 하나씩 댔지만 S&P 글로벌과 ICE가 네 흐름 속에서 어디에 서는지는 다음 두 회차로 미뤘다. ② 숫자가 적다. 펀드 비중, 로열티 요율, MSCI의 지수 매출 비중이 전부이고, 두 회사의 매출 구성이나 주가 수준은 나오지 않는다. ③ 산업 전체가 크게 조정받았다가 반등 중이라고 했지만 언제 얼마나 빠졌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풀려야 할 물음은 ICE다. 진행자는 나스닥과 CME를 트레이딩 의존도가 높아 경기에 민감하다며 뺐다. 그런데 지난 회차에서 ICE를 시카고 선물거래소를 운영하는 회사로 소개했으니 ICE도 같은 기준에 걸릴 수 있다. 반대로 1절의 흐름은 호가와 거래량을 만드는 거래소 운영사를 원천 데이터를 쥐고 중간 업체를 위협하는 자리에 세웠다. 거래소라는 같은 성격이 이 회차 안에서 감점과 가점으로 함께 쓰인다. ICE의 매출이 거래에 더 기대는지 데이터 판매에 더 기대는지가 나오면 두 기준 가운데 어느 것이 이기는지 보인다.
S&P 글로벌은 4절이 시험대다. 뱅가드와 블랙록이 지수를 직접 만들고 작은 운용사가 해마다 싼 지수로 옮겨 탄다면 S&P 지수의 사용료도 MSCI와 같은 압박을 받는다. 다음 회차에서 S&P 글로벌의 지수 사업 비중과 그 사용료 추이가 나오면, MSCI를 지운 잣대가 S&P 글로벌에는 왜 다르게 쓰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1절의 흐름 자체가 느려질 수 있는 자리도 있다. 진행자는 AI가 표준화와 정리를 대신한다고 봤지만, 2절의 대형 기관 고객이 실제로 기존 터미널 계약을 줄이고 있는지는 이 회차에 나오지 않는다. 기존 업체가 기존 고객에게 더 비싼 상품을 얹어 파는 데 계속 성공한다면, AI가 중간 자리를 좁히는 속도는 진행자의 그림보다 느릴 수 있다.
채널 씨모어의 TJ가 금융 데이터 시리즈 세 번째 회차에서 S&P 글로벌을 꺼낸다. 앞의 두 회차에서 금융 데이터 산업을 밸류체인으로 나누고 최근 흐름 넷을 짚은 뒤 투자할 만한 회사로 S&P 글로벌과 ICE 둘만 남겼으니, 이번 회차는 그 선택의 근거를 내보이는 자리다. 이 글은 진행자가 지난 회차에 스스로 세운 잣대에 S&P 글로벌이 어디까지 맞는지, 그리고 그 잣대가 비추지 않는 곳이 어디인지를 읽는다.
신용평가에서 지수로, 지수에서 데이터로
진행자는 회사의 뿌리부터 짚는다. S&P 글로벌은 170년 된 회사이고, 1941년 전까지는 푸어스(Poor's)와 스탠더드(Standard)라는 두 회사가 따로 있다가 그해 합쳤다. 푸어스는 미국 서부 개척 시대 철도 투자 붐 때 철도 회사들의 재무 정보와 신용 보고서를 펴냈다. 진행자는 이 철도 투자를 인류 투자 역사에서 대표적인 버블로 꼽힌 시기라고 덧붙인다. 처음부터 남의 회사를 분석해 신용을 따지는 일로 출발한 회사다.
진행자는 지수도 그 연장선에서 설명한다. 신용등급을 매기려면 어차피 기업을 분석해야 하고, 분석한 회사 가운데 튼튼한 곳을 모으면 지수가 된다. S&P 500을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 중 튼튼한 500개를 모은 묶음으로 소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행자 설명으로는 2000년대 들어 지수를 만들면서 금융 데이터와 리서치로 발을 넓혔고, 그때부터 데이터 회사 성격을 띠게 됐다. 2016년에는 지금 이름으로 바꾸고 모회사 맥그로힐(McGraw Hill)에서 분리 독립한 뒤, 여러 회사를 사들여 금융 데이터 분석 플랫폼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순서를 따라가면 한 가지가 보인다. 신용평가를 위해 쌓은 기업 분석이 지수의 재료가 됐고, 지수와 신용평가에서 쌓인 자료가 데이터 플랫폼의 재료가 됐다. 앞 사업에서 남은 것을 다음 사업이 쓰는 구조다. 이 흐름에서 벗어난 첫 걸음이 2022년 IHS Markit 인수다. 이번에는 안에서 쌓은 자료가 아니라 밖에서 사 온 실물 경제 데이터였고, 진행자가 이 회사를 고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 데이터만 하고 있었다면 경쟁이 심하고 성숙기에 들어선 산업이라 소개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진행자는 말한다.
지난 회차 잣대와 S&P 글로벌
지난 회차에서 진행자는 두 달 넘는 리서치 끝에 금융 데이터 산업의 흐름을 넷으로 정리했다. ① 데이터 자체보다 데이터 독점력이 중요해졌다. ② 대형 터미널 업체가 시장을 쥐고 있고, 데이터를 살 고객이 큰 운용사와 헤지펀드로 한정돼 시장이 포화됐다. ③ 패시브 펀드가 커지면서 외부 데이터 분석 수요가 줄었다. ④ ETF 시장이 성숙해 대형 운용사는 지수를 직접 만들고 작은 운용사는 더 싼 지수로 옮겨 탄다. 이번 회차는 S&P 글로벌이 이 넷을 어떻게 피해 가는지에 하나씩 답하는 구성으로 읽힌다.
④에 대한 답이 가장 직접적이다. 지수 사업의 매출 비중이 14%밖에 안 된다. 진행자는 지난 영상에서 지수 회사의 입지가 줄어든다고 했지만 S&P 글로벌은 그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 여기에 S&P 500이 워낙 유명해 흔들릴 염려가 적다는 이유를 하나 더 붙인다. 앞의 이유는 비중이 작아 덜 아프다는 말이고, 뒤의 이유는 그 작은 사업도 튼튼하다는 말이다. 둘은 서로 다른 근거다. 지난 회차에서 MSCI를 뺀 이유가 지수 매출 비중 60%였으니, 같은 잣대를 일관되게 쓴 셈이다.
①에 대한 답은 신용평가와 IHS Markit이다. 진행자는 신용평가를 캐시카우로 부르고, 피치·S&P 글로벌·무디스 세 회사가 긴 업력과 신뢰를 쌓아 신용평가 자체가 국가와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한 권력과 같다고 본다. IHS Markit은 에너지, LNG 같은 원자재, 산업 공급망, 모빌리티 데이터의 글로벌 표준이었다. 둘 다 다른 회사가 쉽게 대신할 수 없는 데이터라는 점에서 지난 회차의 첫째 잣대에 맞는다.
②와 ③은 고객이 누구냐의 문제다. IHS Markit 인수가 바꾼 것이 바로 고객 명단이어서 다음 절에서 따로 본다.
모빌리티 자료 한 벌이 내려가는 길
진행자가 IHS Markit 인수에서 무게를 둔 것은 덩치를 키운 일이 아니다. 이 회차에서 S&P 글로벌의 금융 데이터를 쓰는 곳으로 나온 이름은 블랙록·골드만삭스 같은 운용사다. 지난 회차가 짚은 대로 이 데이터를 돈 주고 사는 곳은 자산 규모가 큰 운용사와 헤지펀드로 한정돼 있고, 패시브 펀드가 커질수록 그 수요도 준다. IHS Markit의 고객은 실물 경제에 투자하는 회사, 그리고 실물 경제에서 직접 사업하는 회사였다.
모빌리티 사례가 이 차이를 보여 준다. S&P 글로벌이 해마다 세계 자동차 판매가 늘지 줄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가운데 무엇이 더 팔릴지를 담은 리서치 자료를 내면 그 자료를 쓰는 곳이 차례로 늘어난다. ① 완성차 회사가 자료를 사서 한 해 생산량과 전략을 정한다. ② 부품 회사와 전장·텔레매틱스(차량용 통신·정보 서비스)·반도체 업체가 완성차의 생산 계획을 보고 자기 생산 계획을 잡는다. ③ 자동차 보험사가 특정 국가에 차가 얼마나 보급될지와 사고율을 따져 보험금 수준을 정한다. 진행자는 영상을 만들며 떠올린 업체만 이만큼이니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사슬에서는 같은 자료 한 벌이 여러 업종에 팔린다. ②와 ③은 ①이 그 자료로 계획을 세운다는 전제 위에 선다. 완성차가 보는 전망을 부품사와 보험사도 같이 봐야 계획이 맞아떨어지므로, 한 업종이 쓰기 시작한 자료는 그 아래 업종에도 기준이 된다. 진행자가 IHS Markit을 글로벌 표준이라 부르고 경기가 나빠도 의무처럼 구독했다고 말한 대목은 이렇게 읽힌다.
숫자로는 둘이 남는다. IHS Markit 매출의 80% 이상이 정기 구독이었고, 인수 뒤 S&P 글로벌 매출의 70% 이상이 구독형으로 바뀌었다. 진행자는 이를 두고 경기가 좋든 나쁘든 매출 70%는 늘 보장된다고까지 말한다. 모빌리티 매출 비중은 10% 정도인 것 같다고 어림하면서, 모빌리티가 뜨거운 분야라 이 비중이 계속 늘 것으로 본다.
켄쇼의 두 쓰임
지난 회차에서 진행자는 AI가 금융 데이터 산업의 중간 자리를 흔든다고 했다. 데이터만 모을 수 있으면 AI가 표준화와 정리를 대신하므로, 흩어진 데이터를 모아 정리해 주던 팩트셋·블룸버그 같은 회사의 입지가 애매해진다는 진단이었다. 첫 회차의 밸류체인 설명에서 S&P는 바로 그 표준화·가공 자리에도 이름이 올라 있었다.
이번 회차에서 그 진단에 대한 답이 켄쇼(Kensho)다. 진행자에 따르면 S&P 글로벌은 2010년대 후반부터 AI에 집중했고, AI 솔루션 켄쇼로 지수를 직접 만든다. 쓰임은 둘이다. ① 지수 제작. S&P 500 같은 대형주 지수는 소속 애널리스트가 일일이 분석해 종목을 넣고 빼지만, 우주 테크·자율주행·드론처럼 스타트업이 마구 생겨 사람이 하나씩 리서치하기 힘든 산업은 켄쇼가 훑어 괜찮은 회사를 모아 지수를 만든다. 블랙록 같은 대형 운용사가 이 지수에 로열티를 내고 금융 상품을 만든다. ② 재무제표 요약. 골드만삭스나 블랙록 같은 운용사는 재무제표가 나올 때마다 따라 읽어야 하는데 공시 하나가 몇백 장이다. 켄쇼가 그것을 훑어 요약하고 중요한 부분만 뽑아 전해 준다. 진행자는 한 번 쓰면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덧붙인다.
②는 지난 회차가 AI에 넘어간다고 본 바로 그 일이다. 다른 회사였다면 밖에서 들어온 AI에 빼앗길 일을 S&P 글로벌은 자기 AI로 하고 있다. 다만 켄쇼로 매출을 얼마나 버는지,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말이 해지율 같은 숫자로 확인되는지는 이 회차에 나오지 않는다.
①에는 지난 회차와 맞물리는 긴장이 있다. 지난 회차에서 진행자는 블랙록·뱅가드 같은 대형 운용사가 지수를 직접 만들어 버린다고 했다. 이번 회차에서는 같은 블랙록이 켄쇼 지수에 로열티를 내는 고객으로 나온다. 대형주 지수는 운용사가 스스로 만들 수 있어도, 사람이 다 훑기 어려운 신생 산업 지수는 아직 S&P 글로벌에 맡긴다고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지수 사업 안에서도 버티는 자리와 밀리는 자리가 다를 수 있는데, 진행자는 이 둘을 이어 말하지 않았다.
회사 이야기를 마친 뒤 진행자는 주가로 넘어간다. 주봉으로 보면 계속 우상향하다 조정받고 다시 우상향해 왔다. 최근 구간은 박스권으로 보이는데, 얼마 전 크게 조정받았다가 이제 막 회복해 오르는 중이다. 이 지점을 돌파해 지지하는 데 성공하면 우상향이 이어질 것 같아 지금 볼 만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여기서 근거의 성격이 바뀐다. 앞의 네 절은 왜 좋은 회사인지를 말하고, 이 절은 왜 지금인지를 말한다. 앞의 것은 사업 구조에서, 뒤의 것은 차트 모양에서 나왔다. 지난 회차에서 금융 데이터 회사들이 크게 조정받았다가 반등하고 있어 일부는 지금이 좋은 시점이라고 한 판단과 같은 줄기다.
진행자는 스스로 유보를 단다. 무조건 사라는 말이 절대 아니고, 이런 회사가 있으니 고려하고 참고하고 분석해 보라는 뜻이라고 한다. 회차 첫머리에서 적당한 자리에서 잘 잡으면 평생이 편해지지 않을까 했을 때도 조건은 적당한 자리였다. 이 회차는 그 자리가 어디인지를 차트로만 답했다.
빠진 것이 셋이다. ① 밸류에이션이 없다. 주가가 이익의 몇 배인지, 배당이 얼마이고 몇 년째 늘었는지 숫자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배당 성장주라는 규정이 이 회차의 큰 근거인데 그 규정을 받치는 숫자가 없다. ② 사업 구성 슬라이드가 말로 다 옮겨지지 않았다. 지수 14%와 모빌리티 10% 정도만 소리 내 읽혔고, 신용평가와 나머지 사업의 비중은 화면에만 있다. ③ 구독형이 아닌 매출에 무엇이 들었는지가 없다. 진행자는 매출 70% 이상이 구독형이라 경기와 상관없다고 했지만, 나머지 매출이 경기를 얼마나 타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지난 회차에서 같은 신용평가 회사인 무디스를 뺀 이유는 자막이 뭉개져 정확히 들리지 않고, 두 회사를 다르게 본 근거도 이번 회차에서 풀리지 않는다.
무엇이 나오면 판단이 흔들리는지도 셋으로 추릴 수 있다. ① 구독 매출 비중이 70%를 밑돌기 시작하는지. 진행자가 경기를 타지 않는다고 본 근거가 이 비율 하나다. ② 지수 사업 비중이 14%에서 어느 쪽으로 가는지. 줄어든다면 지난 회차가 말한 운용사의 자체 지수가 S&P 글로벌에도 닿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③ 모빌리티 비중이 진행자 예상대로 10% 정도에서 늘어나는지. 실물 경제 고객으로 넓힌다는 이 회차의 핵심 논리가 숫자로 확인되는 자리다.
다음 회차는 지난 회차에서 함께 고른 ICE다. 첫 회차 밸류체인에서 ICE는 데이터 표준화 자리에 이름이 올랐고, 지난 회차는 트레이딩 의존도가 높다며 나스닥과 CME를 뺐다. ICE가 그 잣대를 어떻게 통과했는지가 이 시리즈의 남은 물음이다.
채널 씨모어의 TJ가 금융 데이터 산업 두 번째 회사로 ICE를 다룬 두 편 가운데 뒤편이다. 앞 편은 2008년 리먼 사태 전에 CDS(신용부도스와프. 대출이 떼일 위험을 보험사에 넘기고 그 대가로 보험료를 내는 계약)가 장외에서 종이 계약서로 오가다 연쇄 부도를 낳은 과정을 풀었다. 이번 편은 그 뒤 시장이 어떻게 바뀌었고 ICE가 왜 그 자리를 혼자 차지했는지를 다룬다. 이 글은 진행자의 설명을 돈이 오가는 순서로 다시 세우고, 그가 독점의 이유로 꼽은 네팅이 실제로 어디서 힘을 내는지 읽는다.
계약 상대가 ICE 하나로 바뀐다
앞 편의 예가 그대로 이어진다. 개인 ABC가 은행 A에서 담보 대출을 받았고, 은행 A는 ABC가 파산할 위험을 보험사 B에 넘기는 대가로 해마다 보험료를 낸다. 앞 편에서 진행자는 은행 A 자리에 리먼 브라더스를, 보험사 B 자리에 AIG를 놓았다.
이번 편에서 바뀐 것은 계약을 맺는 자리다. 은행과 보험사가 CDS 조건에 합의하는 데까지는 예전과 같지만 둘이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는다. 합의한 내용을 들고 각자 ICE와 계약을 맺는다. 은행은 ICE와, 보험사도 ICE와 계약하고 나면 둘 사이의 합의서는 쓸모가 없어진다. 진행자는 이것을 청산(clearing)이라 부르고 「CDS 계약 합의서를 없애는 것」이라고 한 줄로 정의한다. ICE는 그렇게 체결된 계약서로 파생상품을 만들어 거래소에서 유통시키고, 금융회사들은 그 상품에 투자한다고 진행자는 설명한다.
이 변화가 무엇을 끊는지는 앞 편과 겹쳐 봐야 보인다. 앞 편의 사슬에서 보험사 B는 10년에 걸쳐 받을 보험료를 당겨 받으려고 금융사 C에 권리를 팔았고, C는 다시 D에 팔았으며, 그 끝에 우리나라 은행과 개인 투자자가 있었다. 리먼이 무너졌을 때 이 사슬에 금융사가 몇 곳 엮였는지 아무도 몰랐다. 청산 뒤에는 은행의 상대도 보험사의 상대도 ICE다. 누가 무너져도 그 계약을 어디서 정리할지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
계약 · 정산 · 자료 순서로 들어오는 돈
돈이 들어오는 순서대로 보면 첫 돈은 계약 순간에 생긴다. 은행과 보험사가 각각 ICE와 CDS 계약을 맺을 때 ICE는 양쪽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다음은 증거금(거래 상대가 약속을 못 지킬 때를 대비해 미리 맡겨 두는 돈)이다. 은행은 보험사에 보험료를 내야 하는데 안 낼 수도 있으니 ICE가 그 일부를 미리 받아 둔다. 진행자는 이를 월세가 밀릴 때를 대비해 집주인이 받아 두는 임대차 보증금과 같은 개념이라고 비유한다. 보험사에게서도 받는다. ABC가 파산하면 보험사가 내줘야 할 보험금 10억 원 가운데 일부를 ICE가 증거금으로 쥐고 있다.
계약서가 파생상품이 된 뒤에도 돈은 계속 들어온다. 이 상품에 투자하는 금융회사에게서 거래 수수료를 받는다. ICE는 ABC의 신용 상태를 날마다 확인하고, 그에 따라 CDS 파생상품 가격이 매일 바뀐다. 금융회사 T가 산 상품의 가격이 떨어지면 떨어진 만큼을 반대 방향에 건 금융회사에 줘야 한다. 세계 곳곳의 수백, 수천 개 금융회사 사이의 이 주고받기를 ICE가 날마다 정산하고, 그 정산을 위해 금융사마다 증거금을 또 받는다.
진행자가 정리한 수익원은 셋이다. ① 거래 수수료 ② 맡아 둔 증거금을 채권 같은 데 굴려 얻는 이자 ③ 신용 상태를 확인해 계산한 리스크 자료를 금융회사에 구독 형태로 파는 매출.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수익이 나고 리스크 자료까지 팔 수 있으니 수익이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고 그는 본다.
세 수익원은 한 작업 위에 서 있다. ICE가 ABC의 신용 상태를 날마다 확인하는 것은 원래 일일 정산을 하려고 하는 일인데, 그 계산 결과가 그대로 팔리는 자료가 된다. 정산에 드는 비용이 자료 매출의 원가를 겸하는 셈이다. 앞 편에서 진행자가 ICE가 2010년대 중반부터 지수와 신용 데이터를 만들어 파는 회사로 바뀌었다고 한 흐름도 이 구조와 맞물린다.
다른 회사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왜 ICE였느냐는 물음에 진행자는 이유 셋을 든다. ① 리먼 사태에 엮였던 금융사 대부분이 ICE 설립 때 파트너로 들어온 회사였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같은 곳이다. ② CDS 계약이 장외에서 종이로만 오가서 리먼이 사라지자 그 계약을 어디서 누구와 끝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 한가운데서 전부를 관리해야 하고, 그 누군가는 장외 시장을 다뤄 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③ A에서 B로, B에서 C로, C에서 D로 넘어가는 사슬에서는 하나만 탈이 나도 연쇄로 무너졌으니 모든 거래를 한가운데서 관리해야 했다.
그래서 금융사들이 떠올린 회사는 하나뿐이었다고 진행자는 말한다. 자기들이 세운 회사이고 장외 시장을 다뤄 본 회사인 ICE다. 금융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ICE가 CDS 청산 시장을 통째로 가져갔고, 돈이 되는 시장이니 여러 거래소가 다툴 만한데도 경쟁자가 거의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됐다고 그는 이어 말한다.
세 이유 가운데 기술은 없다. 문제를 만든 금융사들이 해결할 회사를 고르는 자리에 있었고, 그들이 고른 곳이 자기들이 파트너로 함께 세운 거래소였다. 장외 경험도 금융 밖에서 쌓았다. 앞 편에 따르면 ICE는 발전소 건설업자 제프리 스프레처가 천연가스 가격 때문에 세운 에너지 장외 거래소에서 출발했다. ICE의 독점은 처음부터 가격 경쟁으로 따낸 것이 아니라 위기 한가운데서 고객이 골라 준 것이다.
다만 파트너 명단은 앞 편과 맞지 않는다. 진행자는 「아까 봤던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라고 했는데, 앞 편 전사에서 금융 파트너로 이름이 나온 곳은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이고 모건스탠리는 나오지 않는다.
같은 장부, 두 셈법
진행자는 네팅(상계. 같은 상품의 사는 포지션과 파는 포지션을 서로 지우는 것)이 CDS보다 이해하기 어렵다고 먼저 말해 둔다. 예는 고객 거래를 중개하는 금융사 T다. 고객 중에는 CDS X를 사라는 사람도 팔라는 사람도 있으니 T는 한 종목에서 롱(오르는 쪽에 건 포지션)과 숏(내리는 쪽에 건 포지션)을 대부분 함께 든다. 시장에는 CDS X, Y, G 세 종목이 있고 ICE는 계약당 10%를 증거금으로 받는다.
네팅이 없으면 계약 규모를 그대로 더한다. X는 롱 100밀리언, 숏 90밀리언이라 실제로는 롱 10밀리언이지만 총 계약 규모는 190밀리언이다. Y는 롱 50밀리언뿐이고, G는 숏 40밀리언뿐이다. 합치면 280밀리언이고 증거금은 그 10%인 28밀리언이다.
네팅을 하면 X에서 100과 90을 지운 뒤 남은 10만 위험으로 본다. Y의 50과 G의 40은 지울 상대가 없어 그대로 남는다. 위험은 모두 100이고 증거금은 10밀리언이다. T는 네팅 전보다 18밀리언을 덜 맡겨도 된다. 진행자의 한 줄 정리는 실제로 손해 날 순위험만 보고 증거금을 줄여 주는 방식이며, 그러고 나서 간단하지는 않다고 스스로 덧붙인다.
순위험만 봐도 되는 까닭은 X 하나로 따져 보면 드러난다. X 가격이 떨어지면 T는 롱 100에서 잃지만 숏 90에서는 거의 같은 만큼 번다. 두 포지션이 같은 가격 변화에 반대로 반응하니 손익으로 남는 것은 둘의 차이인 10이다. 증거금을 받는 이유가 위험에 대비하려는 것이니 그 10에만 10%를 매기면 된다고 진행자는 설명한다.
T에게 이것이 중요한 까닭은 자본에 한계가 있어서다. 거래마다 증거금을 다 내야 한다면 T가 할 수 있는 거래량에 상한이 생기고, 네팅으로 서로 지우면 증거금이 덜 든다. 진행자는 거래가 커질수록 ICE에 내야 할 증거금이 계속 줄어든다고 했다. 예의 숫자로 읽으면 이 말은 증거금 총액이 줄어든다기보다 거래 가운데 서로 지워지는 부분이 커진다는 뜻에 가깝다. Y의 롱과 G의 숏이 지워지지 않은 데서 보듯, 지울 수 있는 것은 같은 종목의 반대 방향뿐이다.
진행자는 다른 거래소 입장에서 보면 금융사 한두 곳을 모아서는 답이 안 나온다고 말한다. 금융사가 많고 거래가 많아야 네팅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ICE는 네팅 덕에 네트워크 효과가 계속 커지고 더 이상 경쟁자가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본다.
4절의 예에 대입하면 이 말이 구체적으로 보인다. T가 X 롱 100은 ICE에, X 숏 90은 새 거래소에 둔다고 하자. 두 곳 모두 자기 장부에서 지울 상대가 없으니 X 하나에만 190밀리언의 10%를 증거금으로 걸어야 한다.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이 수수료 차이가 아니라 다시 늘어나는 증거금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새 거래소가 수수료를 깎아 주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T의 반대 포지션까지 함께 가져와야 경쟁이 된다.
여기서 진행자가 다루지 않은 긴장이 하나 보인다. 2절에서 ICE의 수익원 하나는 맡아 둔 증거금의 이자였다. 네팅은 T가 맡기는 증거금을 28밀리언에서 10밀리언으로 줄인다. ICE는 이자 수익의 일부를 내주고 그 대신 거래가 한곳에 모이는 효과를 얻는다고 읽을 수 있다. 거래가 모이면 수수료와 리스크 자료 매출이 따라 늘어나니 시장 전체가 ICE에 있을 때에만 셈이 맞는 설계다.
진행자가 지금 ICE를 소개한 이유는 차트다. 주봉으로 보면 계속 우상향이고, 조정과 반등을 되풀이하다 최근 조정 뒤 다시 반등하고 있어서 이 시점을 골랐다고 한다. 독점 구조에 대한 설명과 매수 시점의 근거가 서로 다른 데서 나온 셈이다.
빠진 것이 셋이다. ① 숫자가 없다. CDS 청산 매출의 크기, 맡아 둔 증거금 잔액, 수수료율이 나오지 않는다. 수익 규모에 관한 숫자는 앞 편의 「수익의 50% 이상이 CDS 파생 쪽에서 나온다」 한 줄뿐이다. ② ICE 자신의 위험이 없다. 사슬이 사라진 대신 모든 계약의 한쪽에 ICE가 서 있다. 한 금융사가 맡긴 증거금보다 큰 손실을 내고 무너질 때 그 차액을 누가 메우는지는 다루지 않는다. ③ 경쟁 거래소의 이름도, 청산을 의무로 만든 규제가 있었는지도 나오지 않는다. 진행자의 설명으로는 독점이 오로지 금융사들의 선택과 네팅에서 나온다.
무엇이 나오면 판단이 흔들리는지도 셋으로 추릴 수 있다. ① 증거금 이자는 금리를 따라간다. 금리가 내려가면 세 수익원 가운데 하나가 줄어든다. ② 큰 금융사 여럿이 함께 다른 청산소로 옮기면 5절에서 본 증거금 부담이 그 금융사들 사이에서는 생기지 않는다. 반대 포지션이 한곳에 모여야 네팅이 되므로, 함께 옮기는 금융사 무리가 생기는지가 신호다. ③ CDS 거래량 자체가 줄면 지울 반대 포지션도 줄어 금융사가 ICE에 거래를 모아 둘 이유가 약해진다.
진행자는 금융 데이터 산업을 S&P 글로벌과 ICE 두 회사로 마무리하고 다음 회차에서 다른 산업으로 넘어간다고 예고했다.
채널 씨모어의 TJ가 금융 데이터 산업 두 번째 회사로 ICE를 꺼낸다. 앞 편의 S&P글로벌은 신용 평가와 지수, 산업 자료를 구독으로 파는 회사였다. ICE는 수익의 절반 이상을 CDS 파생 상품 거래에서 번다고 진행자는 소개하고, 그 상품이 어려워 소개를 망설였다고 털어놓는다. 이번 편은 두 편 가운데 첫 편이라 ICE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보다 2008년에 무엇이 비어 있었는지를 길게 설명한다. 이 글은 그 설명을 돈이 오간 순서대로 다시 따라가며, 진행자가 마지막에 짚은 빈자리가 왜 ICE의 사업이 되는지를 읽는다.
거래소에서 청산과 모기지까지
ICE는 2000년 발전소 건설 사업자 제프리 스프레처가 세웠다. 발전소를 짓는 일보다 연료를 사는 일이 어려웠다고 한다. 천연가스 가격이 매일 바뀌니 언제 얼마나 사야 할지, 발전소가 돈을 벌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브리티시 페트롤리움 같은 석유 메이저와 골드먼삭스·JP모건 같은 금융 회사를 파트너로 끌어들여 거래소를 만들었다. 전력, 천연가스, 석유처럼 위험이 큰 상품을 다루는 장외 시장이었다. 진행자는 이 시기를 「위험한 상품을 어떻게 시스템으로 거래할까를 고민한 회사」로 요약한다.
그 뒤 흐름은 네 단계다. ① 에너지·원자재에서 농산물로 넓혔다 ②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청산(클리어링) 영역을 확보하고 CDS에 들어가 가장 큰 수익원을 만들었다 ③ 2010년대 중반 지수·신용 데이터·벤치마크 인덱스를 파는 금융 데이터 회사가 됐다 ④ 2018년 이후 미국 모기지 업체를 여럿 사들여 모기지 인프라 시장에서 거의 독점 사업자로 컸다. 지금 사업은 거래소, 데이터 및 지수, 모기지, 청산 넷이고 진행자는 그중 청산이 가장 중요하다고 못 박는다.
앞 편과 견주면 이 회사가 금융 데이터 시리즈에 들어온 이유가 보인다. ICE도 지수를 만들지만 진행자가 붙든 것은 지수가 아니다. 위험한 거래가 오가는 길목에 시스템을 깔고, 그 거래가 늘수록 돈을 버는 자리다. 진행자는 파생 상품 거래 규모가 금융 산업 안에서 커지고 있고, CDS 파생은 ICE가 거의 독점하며 네트워크 효과가 극대화돼 경쟁자가 들어올 수 없다고 본다.
CDS 한 건에서 오가는 돈
진행자는 2008년 위기의 주범을 서브프라임 모기지 그 자체보다 그것을 바탕으로 만든 CDS 파생 상품으로 본다. 이 판단을 따라가려면 CDS(크레딧 디폴트 스와프 — 대출자가 파산할 위험을 다른 쪽으로 넘기는 계약)부터 돈의 흐름으로 잡아야 한다.
그 전에 왜 그런 위험이 그렇게 많이 쌓였는지부터 진행자는 짚는다. 미국 모기지 시장은 대출자를 신용에 따라 넷으로 나눈다. 진행자가 든 이자율로는 ① 프라임 5~15% ② 니어 프라임 15~20·25% 정도 ③ 서브프라임 25~40% 정도 ④ 딥 서브프라임 40~100%다. 위기 전 금융 기관들은 이자 수익을 늘리려고 신용 등급을 따지지 않고 집 담보만 있으면 돈을 빌려줬고, 당시 대출자 대부분이 서브프라임 등급이었다. 빌려준 뒤에는 그 대출 채권을 유동화(채권을 묶어 팔아 현금으로 바꾸는 일)해 현금을 만들고, 그 현금으로 다시 빌려주는 일을 기하급수적으로 되풀이했다. 대출이 늘수록 파산할 수 있는 사람도 같이 늘었다.
진행자의 예는 이렇다. 개인 ABC가 은행 A에서 10억 원을 금리 10%, 기간 10년으로 빌린다. 은행 A는 ABC가 파산하면 원금과 이자를 다 떼일까 불안하다. 그래서 받는 이자 10% 가운데 3%, 1년에 3천만 원을 보험료로 내겠다며 위험을 넘길 상대를 찾는다. 보험사 B가 나선다. B는 ABC가 원금을 갚을 것이고 파산해도 집을 경매에 넘기면 원금을 되찾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아무 돈도 먼저 내지 않고 10년간 3억을 벌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신 ABC가 파산하면 10억을 물어 줘야 한다. 은행 A는 CDS를 산 쪽, 보험사 B는 판 쪽이 된다.
진행자는 여기까지는 실손보험과 같다고 말한다. 보험료를 내고 문제가 생기면 보험금을 타는 구조다. 이 비유에서 놓치기 쉬운 대목이 하나 있다. 실손보험처럼 B는 계약하는 날 아무 돈도 내놓지 않는다. B가 지는 10억은 약속일 뿐이고, 그 약속이 지켜질지는 파산이 일어난 날 B에게 10억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은행 A가 산 보호는 B의 지급 능력만큼만 단단하다.
같은 계약서, 두 방향의 내기
진행자는 여기서부터가 문제라고 말한다. ABC의 신용 등급은 오늘과 내일, 한 달 뒤가 다를 수 있다. 신용이 나빠진 상태라면 B 같은 보험사는 더 높은 보험료를 요구할 것이다. 그러면 몇 달 전 3천만 원에 맺은 계약은 은행 A에게 싸게 맺은 계약, 보험사 B에게는 너무 싸게 받아 준 계약이 된다.
이 차이가 거래할 거리가 된다. 은행 A는 그 계약서를 파생 상품으로 만들어 시중에 판다. 산 금융사는 ABC의 신용이 나빠질수록 새로 맺는 CDS 보험료가 3천만 원보다 오르니, 싸게 맺은 옛 계약서를 쥐고 그만큼 이득을 본다. 진행자는 이 대목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한 줄로 줄여 준다. 은행 A가 지금보다 몇 달 앞서 계약해 더 싸게 맺었고, 나는 그 싼 계약서를 샀다고 생각하면 된다. 반대로 ABC의 신용이 좋아져 보험료가 내려갈 쪽에 거는 금융사도 있다. 진행자는 주식의 상승과 하락에 함께 투자하는 것과 같은 구조라고 정리한다. 보험사 B도 자기 쪽 계약서를 같은 방식으로 팔 수 있고, 거기에 투자하는 금융 회사도 시중에 많다.
이 단계에서 ABC 한 사람의 신용에 돈을 건 주체는 둘에서 여럿으로 늘어난다. 계약서를 맺은 것은 A와 B 둘뿐인데, 그 계약서를 산 금융사들과 그 반대편에 건 금융사들이 따로 생긴다. 진행자가 전사 앞부분에서 대출자가 파산할지를 두고 금융 상품을 만들어 걸고, 그 확률로 또 파생 상품을 만들었다고 한 말이 이 대목을 가리킨다.
보험료를 앞당겨 팔 때마다 한 칸
진행자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며 한 단계를 더 놓는다. 보험사 B는 10년간 3억을 나눠 받기보다 목돈을 원한다. 그래서 3억 가운데 2억을 지금 현금으로 바꾸려고, 지금 1억을 주면 10년간 2억을 보장하겠다고 내건다. B에게는 10년 뒤 2억보다 지금 1억이 낫다. 금융사 C는 B가 절대 부도나지 않을 것이라 보고 1억을 낸다. 1억을 넣어 2억을 받으니 수익률이 100%다.
C도 곧 생각이 바뀐다. 지금 5천만 원을 주면 10년간 1억을 보장하겠다고 내걸고, C는 부도나지 않을 것이라 본 금융사 D가 산다. 이것이 이어지고 이어져 우리나라 은행까지 왔고, 우리나라 은행은 이 유동화 상품을 사서 개인에게도 팔았다.
사슬의 칸마다 무엇에 돈을 걸었는지를 보면 구조가 드러난다. C가 판단한 것은 ABC의 신용이 아니라 B가 부도나지 않느냐였고, D가 판단한 것은 C가 부도나지 않느냐였다. 맨 끝에서 상품을 산 개인은 ABC도, B도 본 적이 없다. 한편 셈을 해 보면 B의 손에는 지금 받은 1억과 남은 보험료 1억이 있는데, ABC가 파산하면 물어 줄 돈은 처음 그대로 10억이다. 사슬이 길어질수록 앞 칸의 지급 능력은 그대로인데 거기에 기대는 주체만 늘어난다.
진행자는 예의 자리에 실제 이름을 넣는다. 은행 A 역할이 리먼 브라더스, 보험사 B 역할이 AIG였다. 그림 중간에 있어야 할 미국 준정부 모기지 기관은 설명을 간단히 하려고 뺐다고 스스로 밝혀 둔다. 무너진 순서도 예와 같다. 수만 명의 대출자가 파산하자 돈을 빌려준 은행이 원금을 못 되찾고 무너졌다. 리먼이 무너지자 리먼과 CDS를 맺은 AIG가 몰락 직전까지 갔고, 이 상품을 유동화해 산 금융사들이 연쇄 부도로 이어졌다. 4절에서 본 사슬의 끝에는 우리나라 은행과 그 상품을 산 개인이 있었다. 미국 대출자가 갚지 못한 돈의 손실이 몇 번의 재판매를 거쳐 한국 개인의 계좌까지 왔다는 뜻이다.
진행자가 진짜 문제로 꼽는 것은 그다음이다. 몇 개 금융사가 얽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모든 계약이 장외 시장에서 종이로 오갔고 디지털 기록이 없었기 때문에 리먼이 CDS를 무엇을 사고 무엇을 팔았는지, 무엇을 정리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여기서 1절의 연혁과 이어지는 선이 보인다. 진행자는 ICE가 모기지를 키우는 것도 2008년의 교훈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당시 모든 것이 디지털화돼 있지 않아서 문제가 됐고, ICE는 그 공백에서 사업 기회를 찾았다. 창업 때 장외 에너지 거래를 시스템으로 옮기려 했던 회사가, 장외 종이 계약 때문에 터진 위기 뒤에 청산 영역을 확보한 셈이다. 진행자가 지금은 ICE가 이 시장을 안전하게 관리해 더 이상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한 대목도 이 흐름 위에 있다.
빠진 것이 셋이다. ① 청산이 무엇을 하는지가 아직 없다. 진행자는 리먼 이후 CDS 시장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여 주겠다는 말로 이 편을 맺는다. 기록이 없던 문제를 청산이 어떻게 메우는지, ICE가 그 과정의 어디서 돈을 받는지는 다음 편으로 넘어갔다. ② 숫자가 거의 없다. CDS 시장 규모, ICE의 매출과 점유율은 나오지 않고, 수익의 50% 이상이라는 말만 있다. 대출자 등급별 이자율은 진행자가 들었지만 출처는 밝히지 않았다. ③ 독점의 근거가 주장에 머문다. 네트워크 효과가 극대화돼 경쟁자가 들어올 수 없다고 하지만 그 효과가 어디서 생기는지는 이번 편에 없다.
그래서 다음 편에서 확인할 것을 셋으로 추린다. ① 청산 사업의 수익이 거래 건수나 규모에 붙는지. 그렇다면 진행자가 파생 상품 거래 규모가 늘고 있다고 한 말이 곧 ICE의 매출 전망이 되고, 거래가 줄어드는 시기에는 반대로 작용한다. ② 네트워크 효과의 정체. 청산소에 참여자가 많을수록 왜 새 청산소가 붙기 어려운지가 설명되면 독점 판단은 근거를 얻고, 설명되지 않으면 이 회사를 고른 이유의 절반이 비게 된다. ③ 모기지 사업과의 연결. 진행자는 ICE가 미국 모기지 시장 데이터를 거의 장악했고 2018년 이후 인수로 모기지 인프라 시장의 거의 독점 사업자가 됐다고 했다. 2008년의 사슬은 모기지 대출에서 시작했으니, 대출 기록과 CDS 청산 기록을 한 회사가 함께 쥐는 것이 어떤 뜻인지가 이 회사를 읽는 셋째 물음이다. 진행자는 이번 편에서 둘을 잇지 않았다.